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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도전 에세이

그림을 시작하며

미토1004 2024. 11. 2. 22:55

나는 뭔가를 시작하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관련 도구부터 사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먼저 지르고 본다. 그렇게 지른 결과물이 이렇다.

B, 3B, 6B, 8B, 피그마펜, 종이팔레트, 붓-어디다 써야 할지도 모르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얻은 다양한 정보들로 좋다고 하는 것들은 모두 구입했다. 결론은 화실에서 유화를 배울 때는 준비를 해주기 때문에 살 필요가 없었고, 추가로 등록한 소묘 수업에서는 4B연필과 5절지 스케치북을 가져가야 했는데 내가 산 산더미 같은 도구 중에 그건 없었던 거다.
이런! 뭔가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뭘 그릴지도 모르는데 의욕만 앞서서 충동적으로 도구만 샀던 거다.  제일 웃긴 건 유화를 그리고 싶어 했으면서 유화물감이 아닌 아크릴 물감을 샀다는 거다.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얼마나 충동적인 사람인지 알게 됐다.
앞으로 그런 점은 고쳐나가야겠다 다짐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전에 내가 배웠던 것들을 다시 정리해 봤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초보 그림 입문 자다. 초보 입문자의 눈으로 바라본 것들을 정리하는 거고 아직은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거다. 단지, 처음 그림을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나처럼 시행착오가 없길 바랄 뿐이다.

1. 공통
  1) 이젤 : 책상용 이젤이 있으면 편하다. 큰 이젤은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 사도 늦지 않다.
  2) 나무판 : 전문가용 스케치북은 판처럼 두꺼운 표지가 있어 편하지만, 일반 스케치북은 화판이 있어야 한다. 문구사에서 4천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2. 소묘 그리기
  1) 4B연필 : 처음에는 계속 4B만 쓰다 현재는 2B, B를 밑그림을 그릴 때 쓰고 있다.
  2) 5절지 스케치북 : 독특한 재질의 전문가용, 기본 재질의 스케치북 2가지로 번갈아 가면서 느낌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3) 선 연습용 이면지
  4) 찰필 : 부드러운 명함표현용 , 막상 쓸 일은 많이 없다. 대부분 나의 손가락을 이용했다.
  5) 지우개 : 파버카스텔 떡지우개와 미술용 지우개, 딱딱한 필기용 지우개는 선자국이 생겨 좋지 않다.
  6) 연필깍지 : 연필이 정말 금방 짧아진다.
    꼭 있어야 한다. 선생님이 추천해 준 세르지오.  
   연필깍지가 가장 편했다.

3. 유화 그리기
   1) 캔버스 : 솔직히 화실에서 기본 사이즈의 아사천을 준비해주고 있기 때문에 호수 구분이라든지, 면천과의 차이는 모르겠다.
  2) 유화물감
  3) 붓 : 보통 납작붓, 둥근 붓 등 3~4개 사용
  4) 종이팔레트
  5) 오일 : 붓 관리를 위해 필수
* 유화는 그리기 전 캔버스에 초기 작업을 해주는데 대부분 화실 선생님이 해주고 있어서 어느 정도 그림 기법을 익히고 나면 직접 해보고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1년 전 내가 준비했던 것들을 다시 정리해 봤는데 , 아직 기본적인 도구도 익숙지 않다. 유화물감도 어떤 색을 섞어야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이론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책도 보고 화실에서 선생님께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있다.
그러나 배울 때 중요한 건 나 스스로가 깨우쳐야 한다는 거다. 화실에서 선생님이 지도해 줄 때는 뭔가 실력이 느는 느낌이지만 막상 집에서 혼자 하면 원하는 데로 표현이 되지 않아 답답하다.

배움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우칠 때 비로소 나의 것이 되고 실력이 느는 거 같다. 내가 개발자로 첫걸음마를 했을 때 3개월간 매일같이 야근하며 실무를 익혔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 대학에서 배웠던 이론이 회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나의 지식에 절망하며 업무가 끝나면 개발 공부를 밤 11시까지 하고 퇴근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은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니 초심은 잃고 약은 마음이 빨리 배우려는 지름길만 찾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마음가짐을 다시 바로잡고자 김충원 작가의 '기초드로잉'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1. 용기를 내어 시작한다.
  - 한번 배운 자전거 타기는 평생 다시 배울 필요가  
     없다. 그림도 자전거 타기와 같다.
2.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 머릿속에 고착화된 이미지가 아닌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고 눈에 보이는 모습과 가장
      가깝게 표현하도록 노력한다.
3. 마음을 비운다.
   - 미술은 늘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잘 그려야지
     하는 욕심과 포기라는 유혹을 버려야만
     그림 속에 몰입되어 멋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4. 여러 가지 기법을 시도해 본다.
  
- 익숙한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재미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5.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미술에 실패란 없다. 성공적인 그림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외친다.
" 어떤 일이든 위와 같은 마음으로 도전하면 누구라도 해내지 못할 건 없다. 불혹의 나이도 뭐든 배우고 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