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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도전 에세이

그림은 공식이 없다 [첫번째 유화그리기]

미토1004 2024. 11. 4. 00:11

어릴 때의 나는 만화책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따라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내 마음대로 색도 칠해보고 내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현재는 25년 넘게 개발을 하며 컴퓨터의 코드들과 씨름을 하다 보니 예전의 감수성, 상상력은 많이 굳어진 듯하다. 프로그램은 수학공식처럼 기본 코드를 변형해 가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림은 공식이 없다. 표현하는 방식도, 재료도 너무나 다양하다.

첫 유화수업시간. 나는 일몰의 바다 풍경을 골랐다. 선생님이 제일 먼저 아크릴 물감으로 빠르게 바탕색을 칠하라고 했다. 유화인데 왜 아크릴 물감을 쓰는지 영문도 모른 체 무작정 하라는 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아크릴은 금방 마르기 때문에 빠르게 칠해줘야 했고 물의 농도가 중요했다.
칠이 다 끝난 후 선생님께 물어보니 유화가 기름이라 마르는 속도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리려는 대상의 색을 전체적으로 칠해주고 시작한다고 했다. 이 과정도 사진으로 남겨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4B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후 유화물감으로 기본 풍경을 표현만 그림만 있다.

위의 기본 풍경을 유화물감으로 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크릴 물감과는 달리 꾸덕한 느낌이라 처음인 나에게는 붓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표현도 쉽지 않았다. 선생님이 붓칠 하는 하는 방법을 보여줬는데 유화 물감의 성질을 이용해 스치듯 표현해나가야 했다.
내 직업상 일정에 맞춰 빠르게  작업을 해야 하는 습관이 굳어진 상태라 대상을 세밀하게 조금씩 표현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급한 성격의 나에게 그림은 천천히, 차근차근이란 가르침을 줬다.
또한, 유화는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붓칠을 계속할수록 원하는 데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끈기 있게 마르기를 기다리고 그 위에 다시 덧칠을 해서 그림을 완성해야 했다. 유화를 그릴 때 또 하나의 장점은 실패가 없다는 거다. 그림을 망칠까 붓칠을 제대로 못할 때 선생님이

" 두려워하지 마세요. 절대 망칠 수 없어요. 마르고 다시 손보면 돼요 "

정말 용기를 주는 말이었다. 유화는 정말 매력적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실패할 때도 있지만 참고 때를 기다리면서 그 위에 성공으로 칠하면 되는 거다.
첫 유화 그리기에서 끈기와 침착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배우고 완성한 나의 첫 작품이 일몰바다 풍경이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완성했지만, 어찌나 기쁘던지. 그림을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렇게 말했다.

미래는 정말 근사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기대되어 아침에 들뜬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나게 만드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불혹의 나이에 그림 배우기를 시작했지만.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나를 들뜨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모두들 근사한 내일을 시작하길 기원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