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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와이어스 - 미국을 뒤흔든 헬가 스캔들 본문

위대한 예술가 만나기

앤드루 와이어스 - 미국을 뒤흔든 헬가 스캔들

미토1004 2024. 11. 24. 23:44

어제 고흐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위대한 예술가 뒤에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어서,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책을 다시 읽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지난 15년간 당신 몰래 그렸어.
이제야 말해서 미안해. 나도 비밀이란 게 필요했어...

앤드루 와이어스 <백일몽>, 1980, 해머뮤지엄 , 출처 네이버 검색이미지

 

만일 당신 남편이나 아내가 15년간 간직해 온 비밀이 있었는데... 그게 다른 사람의 알몸(위의 그림은 앤드루가 몰래 그린 헬가작품 중 하나)을 그린 그림이라면...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무려 15년이나!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이 모든 걸 남편의 예술작업이라고 용서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앤드루 와이어스'의 부인 '벳시'이다.

벳시가 없었다면 위대한 예술가 '앤드루 와이어스'도 없었을 것이다.

 

앤드루와이어스 출처 네이버 제공 이미지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 1917-2009)는 20세기 미국의 가장 중요한 사실주의 화가 중 한 명으로, 인간의 정서와 자연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는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화풍은 '마술적 사실주의(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며, 죽음과 신비, 비밀에 대해 탐닉하며 정적이고 내밀한 순간들을 포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 1948),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Wind from the Sea,1947), 헬가 시리즈(Helga Series)가 있다.

 

 

 

그러면 벳시에 의해 위대한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앤드루 와이어스에 대한 이야기를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위주로 소개하겠다.

 

앤드루는 오 남매 중 막내아들이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등의 삽화를 그린 유명 삽화가 '뉴웰 컨버스 와이어스' 였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항상 순수미술을 하는 화가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고, 그래서 가장 그림 재능이 뛰어난 앤드루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아버지는 앤드루를 깊이 사랑하고 아꼈지만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앤드루가 그리게 했고, 그는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고 불편해했다. 그래서 앤드루가 템페라(계란을 섞어 만드는, 유화물감 이전에 많이 사용했던 물감) 그림을 그렸을 때 아버지는 "아무도 이런 칙칙한 그림은 사지 않을 거다. 수채화를 그려라."라면서 혹평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1939년 여름 휴가지에서 만난 벳시만이 앤드루가 그린 그림 중에 템페라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했고, 앤드루는 '이 여자다'라는 확신이 들어 1주일 만에 벳시에게 청혼하고 이듬해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벳시는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대단한 안목'을 가진 여자였고 

 

다 그릴 필요 없다.

해부학 그림 같아. 그런 종류의 화가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나는 그런 그림은 재미없더라.

 

와 같이 남편의 그림에 대한 조언을 끊임없이 했다고 한다. 앤드루는 곧바로 조언을 받아들였고 그의 그림은 더욱 신비로워졌다고 한다. 또한 뱃시는 남편의 경력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남편이 돈 때문에 그리는 작품을 바꾸려고 하면

 

그리기만 해 봐라. 그럼 난 떠난다.

받아들이면 나를 다시 못 볼 줄 알아라.

 

고 화면서 남편 작품의 가치와 예술 세계를 지키기 위해 고집했다고 한다.   이런 벳시의 조언을 듣고 탄생한 작품이 <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 1948)>라고 한다.

앤드루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1948, 뉴욕현대미술관, 출처 네이버 제공

 

원래 앤드루는 이 작품에 여성의 모습을 넣지 않고 들판과 집의 모습만 그린 뒤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벳시가 크리스티나의 모습을 넣으라고 강력히 권유하면서 지금의 작품이 완성됐고 오늘날까지 미국들인 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헬가 시리즈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가 그린 주요 작품 하나를 더 소개하겠다.

앤드루 와이어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1947, 출처 https://www.artsy.net/artwork/andrew-wyeth-wind-from-the-sea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Wind from the Sea)>는 앤드루의 풍경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바람에 날리는 커튼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마치 사진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려냈다.

 

이제 앤드루가 어떻게 15년이나 몰래 다른 여자의 누드를 그리게 됐는지 이야기하겠다.

누드의 시작은 이웃의 열세 살짜리 소녀를 보고 갑자기 '꽃피는 청춘을 캔버스에 담고 싶다'을 영감을 느꼈고, 차마 어린 여자의 누드는 그릴 수 없어 소녀의 몸을 수건으로 가리고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나 앤드루가 그린 그림을 본 벳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이고 세상에...
사우나에 수간을 두르고 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설마 이대로 그림을 완성할 건 아니지? 그릴 거면 제대로 벗은 모습으로 그려!

 

세상에! 대단한 여자다. 남편의 작품세계를 위해 제대로 된 누드를 그리라니. 내가 보수적인 건가? 나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나도 그림을 공부하고 있는데 과연 내 남편이 내가 다른 남자의 누드를 그린다고 하면 이해할까? 아마 '당장 때려치워!'라고 소리를 지를 거다. 

 

그러나 벳시는 앤드루에게 소녀의 부모님에게 누드 그리는 허락을 받게 했고 소녀의 누드를 그리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헬가 사건이 일어나게 됐다. 소녀가 자라면서 계속 그리기 어려워지자 앤드루는 1971년 만난 서른 살의 옆집 유부녀, '헬가 테스토르프'를 만나 15년간 정기적으로 누드화를 비롯한 200여 점의 '헬가 연작'을 그렸다고 한다.

 

그것도 벳시도, 헬가의 남편도 모르게 말이다. 이에 대해 앤드루는 이렇게 변명했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벳시에게도 지배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벳시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요.
새로운 영감을 얻어서 참신한 작업을 하려면 새로운 나만의 모험을 해야 했습니다.

 

원래 앤드루는 자신의 작업을 평생 벳시에게 비밀로 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본인이 죽고 나서 그림이 발견되면 어쩔지 너무 걱정되어 아들에게 먼저 작품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의 아내만큼 이나 개방적인 아들이었나 보다. 

 

최고의 작품이니 엄마에게 꼭 보여주세요.

 

이렇게 이야기하며 앤드루를 설득했고 아내인 벳시에게 작품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침내 작품을 보게 된 벳시.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작품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그리고 큐레이터에게 작품을 보게 했고 그렇게 헬가 연작이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이제 헬가 연작 중 일부 작품을 소개할 텐데 선정적이라기보다는 헬가의 존재자체를 탐구하려는 시도로 헬가의 강인하고 신비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봐주길 바란다.

 

앤드루 와이어스, <헬가 자화상>, 출처 https://blog.naver.com/danggan0912/220687472426
앤드루 와이어스 <백일몽>, 1980, 해머뮤지엄 , 출처 네이버 검색이미지
앤드루 와이어스, <Lovers>, 1981, 출처 https://blog.naver.com/danggan0912/220687472426

 

앤드루 와이어스, <창가에 앉은 여인>, 출처 https://blog.naver.com/danggan0912/220687472426

 

 

위의 작품들이 공개되면서 미국 문화계의 최대 스캔들-헬가 사건-로 떠들썩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벳시나 헬가의 남편은 그들을 용서했고 , 1991년부터는 헬가가 아예 앤드루의 집에서 간호사 겸 간병인으로 일했다고 한다. 

 

2009년 앤드루가 눈을 감은 뒤 벳시는 남편의 카탈로그 레조네(전작도록) 정리 작업을 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끝까지 멋진 여인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렇게 뒤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가 보다.

 

" 나라면 그런 남편이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과연 내가 나의 삶을 포기하고 오로지 남편의 경력만을 위해 여생을 보낼 수 있을까? "

오늘 앤드루 와이어스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프리다 칼로 말고 대부분 남자 화가였다. 

내가 아는 다른 유명한 여성화가가 누가 있을까? 내일은 여성화가를 찾아봐야겠다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